루다와 문과 악마: 세계를 넘어서까지 '존재'를 원했던 오토시페므

* 이 글은 아레스실버님의 블로그 '아레스 실버의 아레스실버'에서 진행되고 있는 '루다와 문 시리즈 서평 이벤트'에 트랙백 된 글입니다.
* 이 글에는 책 속의 설정이나 줄거리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이 글을 먼저 읽게 된다면, 재미가 격감할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 이 글은 ‘루다와 문’ 시리즈 중 현재 출판되어 있는 3권을 바탕으로 하는 글입니다.
* 또, 이 글은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기 보다는 책의 인물들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꿈으로 이어진 두 세계
그를 넘나드는 소년 ‘루다’

그리고

한 세계에서 죽음으로써 다른 세계에서조차 존재를 잃어버린 루다의 선생님 유시우
친구 유시우를 되살리기 위하여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악마의 계약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유유위
자신의 세계에서 빛을 갈구하며 다른 세계로 건너온 악마, 오트시페므

'루다와 문과 악마’
홍성은 저, 넥스비전 미디어웍스, 2008.05


#0
 루다와 문과 악마, 이번의 루다 시리즈 3권은 1,2권에 비해 많은 이야기들이 진행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인물들의 행동이나 이야기의 행보에 있어서도 호흡이 빨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책이였습니다.

 그만큼 루다와 그 일행들도 에인란과 현실 세계에 있어서 그들 및 '존재'에 관한 규칙에 좀 더 익숙해지고 머리회전이 빨라졌달까요. 그래서 루다와 일행이 세계와 세계 사이를 넘나들어도, 책 중 유시우가 루다의 집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그들이 이해하고 행동하는 시간이 그만큼 단축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후반부에서도 에인란에 존재하는 데르드 로므와 케이스 디르프가 현실세계에서 누구인지도 밝혀짐으로써 루다와 그 일행들, 그리고 에인란의 마법사 닐렘 뒤로드와 그의 아군격이라 할 수 있는 앞서 말한 이들이 후에(4권이겠죠?) 어떻게 만나고 이야기의 종결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 지가 사뭇 궁금해지는 이번 권이였습니다.

#1
 이번에 화두로 내세울 인물(?)은 이번 권의 제목에서도 언급되는 '악마', 오트시페므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몹시 미워하다가도 - 생각해보면, 오트시페므, 네가 츠아프를 이용해 죽이고, 또 유유위를 이용하여 상처입힌 인물이 대체 몇이더냐! - 루다의 몸을 침범하다가 허무하게 끝나는 모습에는 오히려 측은함을 느끼게 되는 캐릭터였습니다. 오트시페므가 추구하는 것에 대해 이번 권을 읽으면서 조금은 동화되어갔다는 것이 그 원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은근히 애정을 갖게 만드는 캐릭터였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

 오트시페므는, 자신의 육체 - 즉, 다른사람에게 온전한 자기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로서의 수단 - 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의 허무한 마지막을 보면 그는 단지, 한바가지의 피웅덩이일 뿐입니다. 자신에 관한 진실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의 오토시페므는 자신 내면의 세계에서 영원의 시간동안 닿지 못했던 빛을 갈구하면서 그 세계를 달려보지만, 그 빛은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조금도 커지지 않죠. 오트시페므는 내심 그 빛에 자기 자신을 비추면 자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겁니다.

 그렇습니다. 오트시페므는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모르면서 자기 자신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악마라는 것을, 혈주술을 사용하고, 다른 사람(및 인간형 존재 - 오크같은)과 계약을 맺어 그 사람의 몸을 빌어 주술을 이용하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만, 좀 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 사실을, 이 악마는 알아내기 위해 타인의 '존재'와 계약하며 자신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한 행동을 합니다.

[그저 한 점의 빛 조각은 그 자리에 계속 존재할 뿐. 아무리 달려도 가까워지지 않는 존재. 그것을 알면서도 오트시페므는, 악마는 달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대답해라, 인간! 나를 보고 있다면 대답해라, 인간!"
오트시페므는 피를 토하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대체 뭐냐!"

오트시페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름조차도 첫 번째로 소환한 자가 붙인 가명.

(중략)

오트시페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저 끝에서 빛이, 빛의 조각이 반짝이고 있었다. 저 빛에 자신을 비추면 자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루다와 문과 악마, 홍성은, 넥스비전 미디어웍스, 2008.05>

#2
 오트시페므는 자신이 '존재'하는 모습을 비추어줄 것이라 기대하는 빛의 조각에게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자신의 힘을 빌어 강해지고자,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계약을 하고 그들을 이용합니다. 이번 3권에서는 츠아프의 링커, 유유위와 계약아닌 계약(완전한 계약은 아니였지요)을 하고서 니라 에스라크를 죽이려 했고, 그의 링커의 모친을 죽였으며, 그 후 루다와 일체화하기 위해 루다에게 접근을 하지요. 그리고 루다의 손을 통해 완전한 동일화를 시도하려 합니다.

 그런데, 루다는 2권에서도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지만, 에인란과 현실세계 간의 '룰 브레이커'입니다. 한마디로사기캐릭이죠 에인란에서 넘어온 악마라고, 에인란에서의 계약자가 죽자 현실세계의 링커와 조우하게 되어 그와 또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 조금은 특별한 악마라지만 루다의 특별한 능력에는 별 수 없었습니다. 즉, 오트시페므는 루다의 몸에는 완전하게 들어갔지만 그가 바라던 '완전한 동일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그 자신을 '존재'로서 인식시켜줄 수 있으리라 믿었던 빛의 조각과 조우하였고, 그 결과 처절하고도 허무한 종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오트시페므는 아무것도 아니였습니다. 그는 빛으로 비추자,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실을 마주합니다. 진실은, 오트시페므는 단순한 피웅덩이였습니다. 악마의 세계 · 악마의 지옥에서 태어나 괴롭고 고통스러운 어둠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치며, 어디서,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모르는 증오를 배설하고, 그것을 견디지 못하기에 다른 누군가와 '동일화'되어 자신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그 빛은 얼마나 따뜻하고 포근한 빛일지 기대했던 그런 악마, 오트시페므.

[그는 그가 원하던 것을 드디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원초적으로 원하던 것을 드디어, 지금에야 볼 수 있게 되었다.
링커? 동기화? 그것은 그저 도망칠 길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계속 바랐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가 진짜로 바랐던 것은…….

(중략)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야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기쁨만이 그에게 감동을 주고 있었다.
"신이시여……!"
악마가 가장 입에 내서는 안 될 말마저, 그동안 계속해서 저주해왔던 단어를 찬양하며 입에 담았다. 이러한 빛을 내려주는 신이라면 얼마든지 찬양할 마음이 있었다. 아니, 이 빛을 주지 않았기에 그는 그동안 계속해서 신을 저주했다.

(중략)

얼마나 웃긴 일인가? 얼마나 웃을 만한 일인가? 그야 빛이 다가오지 않을 만도 하다. 빛이 다가올 리 없었다. 그동안 달리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자신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움직이고 있던 다리는 어둠 속의 환상이었다. 휘젓고 있던 팔도 보이지 않기에 가졌던 꿈이었다. 목소리는 환청에 불과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빛이 주변에 가득 찼다.
    저주스러운 빛이 모든 것을 알게 했다.
    이럴수가.]

<루다와 문과 악마, 홍성은, 넥스비전 미디어웍스, 2008.05>

#3
 오트시페므가 자신의 존재에 관한 진실을 마주할 때, 이 시리즈 중 가장 비참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초반부에 드래곤 니라 에스라크가 죽을 때에도, 또 트레드 나르가 죽을 때에도 어두운 기분은 들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한 두 가지의 경우는  소설, 혹은 드라마의 비극을 그저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오트시페므가 진실을 마주하고 초라하게 소멸(?)할 때에는 뭔가 한 구석에서 동(혹은 통,通)하는 것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오트시페므는 루다와 문과 드래곤-인공요정-악마, 현재까지 나온 시리즈에 걸쳐 가장 고독한 캐릭터로 꼽을 수 있습니다. 니라 에스라크나 유시우(트레드 나르)는 적어도 곁에 누군가가 그들의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아껴주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루다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또 그 자신이 그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성장합니다. 나중에 악마로부터 해방되는 유유위도 존재력을 잃어가긴 마찬가지이지만, 그 곁에는 같은 처지이면서 매우 소중한 친구인 유시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인공요정(또는 트리엔트 레이디)인 이오르트에게도 에테노이람이라는 - 비록 이제는 인간이 아닌 인형이 되어버렸지만 - 영혼의 형태로나마 그녀를 아껴주고 지켜주는 존재가 곁에 있습니다.

 그러나 악마 오트시페므의 곁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 그는 누군가와 계약을 하여 몸을 빌리지 않는 한 다른 존재에게 인식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자기 자신(굳이 분류하자면 의식)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인지(형체)에 대해 인식하지도 못합니다. 그저 그는 피웅덩이로, 의식을 갖고 있다고, 그 의식 속에서 자신은 팔다리가 있다/달리고 있다/말을 하고 있다, 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트시페므의 진실은 자기 자신을 부정당하는 일이였습니다. 내면에서도 끝없이 외로웠고, 그 때문에 증오를 키워나갔고, 외롭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 달라붙으며 지배하는. 또, 타인에게 제대로 인식되기를 기대하며 빛을 갈구하는 악마는 타인으로부터의 인식되기는 커녕 자신을 부정당했습니다.

#4
 '루다와 문과 악마'의 오트시페므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 자신을 바라봅시다. 현실을 바라봅니다. 타인으로부터 인식되는 자신은 타인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형성됩니다. 내가 나로써 인식하는 실존하는 존재와, 타인이 나를 인식함으로써 의미를 부여받는 존재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이 생각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로서 뒷받침 할 때 오트시페므가 의미하는 캐릭터성을, 그가 노력하던 목표와 그 이유가 우리 또한 현실 세계에서 끝없이 고민하며 갈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시는 김춘수의 '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 김춘수, 현대문학, 1952>



*            *            *
앞으로 마지막 권이 남아있는 ‘루다와 문’시리즈를 기대합니다.

뱀발) 오트시페므, 발음이 꽤나 곤혹스러운(귀찮은?) 악마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책 중간에 나오는 오트시페므의 영어 스펠링을 뒤집어 읽어보세요. 익숙한 이름?고유명사?가 나타납니다. 아레스실버님의 네이밍 센스가 보여요~ :D

by 마노 | 2008/05/14 02:30 | Writings | 트랙백 | 덧글(0)

아래 글에 대한 답변은 오늘 밤이나 내일 쓰겠습니다.


여러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답변도 못 달고 있고
한 번 더 글을 써야 할 주제가 생겨서 한꺼번에 하려고 아직 버퍼링 중입니다.

by 마노 | 2008/05/08 16:09 | says: | 트랙백 | 덧글(0)

뒷담화와 이미지(+링크 및 댓글에 의한 수정)

(이거 음식관련 글 맞습니다. 정확히는 음식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음식 밸리에 이 글을 올립니다.)

* 일단 손님에게 미각치, MSG 발언을 하신 이글루스의 모 분께서 비공개로 직접 댓글을 주셨습니다. 자신은 멘야도쿄 알바가 아니며, 지인일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직업도 밝히셨으나 여기서는 불필요한 요소인 관계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분 네이버 블로그 프로필에는 '멘야도쿄 알바모드'라고 써 있군요.(별개의 포스팅에 스샷 첨부 예정.)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1
  저는 이글루스에서 좋은 카페나 맛집에 대한 정보를 알아가면서 실제로 친구와 다녀보곤 합니다. 그만큼 이글루스 음식밸리에서 믿을만한, 혹은 성공할 확률이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강남, 광화문 주변으로만 다니면서 맛난 것을 먹어보고자 하는 시도는 서울 전역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그와 더불어 늘어나는 살이...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2
  이글루스에서 맛집으로 유명해져 이름을 알린 가게는 여러군데가 있었습니다.

아지바코, 하카다분코(근데 이 2곳은 다른 곳에서도 여러모로 알려졌으니 기어이 이글루스에서부터 유명해졌다곤 할 순 없지만), 시노다야, 대판옥, 쿠킨스테이크, 은행골, 쇼콜라윰, del mundo, 동해도, 산쵸메, 애슐리, 천진포자, 브라질리아, 인도이웃, 에베레스트, 크루통, 요즘 뜨는 아꼬떼, 어청도, Mobssie 등등...

제가 순수 머릿속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 정도가 저 정도이나, 실제로는 더 많습니다. 대개 메이저 블로거의 포스팅이라던가, 블로그 이웃분이 어느 날 여기 맛있어! 라고 포스팅을 하고, 삼삼오오 가서 입소문으로 퍼지는 등등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입에 오르내리는, 그런 집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글루스 음식밸리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3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는 음식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해서 갔는데 실제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던가,유난히 그 날 불친절하게 나를 대했다던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니 초심이 변질되는 곳 등이 존재합니다. 실제로도 제가 위에서 언급한 음식점들 중에 이러한 곳이 있었고, 그 때문에 음식밸리에서 그러한 곳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포스팅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음식점 관계자까지 개입하여 큰 싸움이 벌어진 일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서래마을의 J모 레스토랑이 그러합니다. 그 레스토랑의 경우에는 제가 언급하는 이글루스 내에서 벌어진 그러한 싸움의 유래없는 예입니다. 그 곳 관계자분은 실제로 이글루스에서 활동하시다가 자신의 레스토랑을 너무 아끼시는 나머지 돌이킬 수 없는 실례 - 혹은 무례 - 들을 범하고 블로그 활동을 접으셨습니다. 현재 그 레스토랑은 그곳에서 영업을 멀쩡히 잘 하고 있고, 종종 읽곤하는 잡지들에 소개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4
  3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어서 이야기하자면, 위에서 예시를 들었던 그 레스토랑 관계자분께서 반박을 하시며 - 실제로 닉네임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그 글을 읽으면 누구나 반박임을 알 수 있었던 - 이야기거리로 꺼내셨던 이야기가 MSG입니다. 그 레스토랑의 음식에 대해 부정적인, 그리고 어드바이스가 될 수 있는 견해를 내비친 사람들에게 MSG의 맛에 입맛이 길들여졌다고 하며 매도성(?) 포스팅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후 차분한 어조로 진행되면서 좋게 좋게 마무리지을 수 있었던 논쟁은 매우 격화되었고, 결국에는 그 곳 관계자 분이 이글루스 활동을 접는 걸로 결말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분쟁의 불씨가 또 일어날 기류가 보인다는 게 문제입니다. 어떤 한 음식점에 대해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 그 음식점은 최근에 이글루스 음식 밸리에서 관련 포스팅을 이따금씩 볼 수 있는 홍대의 M라멘집입니다. 이쯤하면 다들 아실 법 합니다. 현재 상황은 그 라멘집을 방문했던 블로거와 동행분이 그곳에서 돈코츠와 쇼유를 맛보았는데 매우 실망을 했고, 밖에 나와서 맛이 없다는 말을 하며(소리를 친건지 소위 분통을 터뜨리는 그런 류인지는 당사자만이 알겠죠.) 매우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그 블로거는 그것을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글을 본 음식점 관계자(정확히는 알바)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MSG와 미각에 대해 이야기하시며 그 손님을 뻔뻔하다/미각치/MSG가 들어있는 라멘밖에 먹어서 제대로 된 라면이 뭔지 모른다 조의 발언을 포스팅하셨습니다. 하지만, 손님 쪽으로 오셨던 분은 그 글을 보셨고, 매우 화나셨는지 자신의 블로그에 그 곳의 마인드가 매우 오만하기 그지없다, 개념없는 인간취급을 받았다는 포스팅을 하셨더군요. 저번의 경우와 이번의 불씨가 다른 점은, 이번 건은 이글루스 내 블로그끼리의 문제가 아니고 화나신 분 쪽의 블로그가 네이버 블로그로, 그 분은 그 쪽에서 카페나 케익, 빵류를 소개하는 데에 어느정도 소견이 있고, 또 일본 여행을 몇 번 가셔서 일본 현지의 일본 라멘을 꽤나 드셔본 적이 있는 분이시라는 점으로, 결국은 저번 일과 성격이 그리 다르지 않네요.

5
  저는 일단 MSG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적어도 저는 문과적 성향을 띠고 또 전공도 문과쪽인지라, 이과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설명하기가 매우 취약하며(...) MSG에 대해서는 저보다 더 설명을 친절하고 또 자세히 해 주실 많은 분들이 존재하니까, 그런 분들이 MSG에 대한 포스팅을 해주시기를 심심찮게 바랍니다. 그보다는 손님을 마주하는 장사를 하면서(혹은 그러한 알바를 하면서) 손님을 대하는 것에 대한 짤막한 말을 할까 합니다. 혹여나 오해하실까 미리 말씀드리는 거지만, 저는 이번 일에서 어느 쪽 당사자의 지인 및 친인관계가 없는 사람이고, 그저 양 측의 포스팅을 모두 보는 사람이라고만 말씀을 드립니다.

일단, 편의점, 음식점 등 손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 일하다보면 별별 손님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저만 해도 편의점에서 일해보면서 정말 혈압을 오르게 하는 손님을 봐왔으니깐요.

예를 들면 수입담배 없다고(국산담배만 판매하는 우리 편의점에 한하는 경우지만.) 씨* 운운하면서 짜증내는 손님, 물건은 사지도 않으면서 편의점에 비치된 빨대 및 플라스틱 스푼을 죄 강탈해가는 사람, 비치된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고나서 쓰레기를 모조리 다 벌려놓은 채 버리지 않는 손님, 자신이 찾는 것 없다고 가게 수준 및 상태 운운하는 손님, 아이가 뭘 하는지 마는지 관심도 안갖고 제 떠들기 바빠서 편의점에 정렬해놓은 과자의 60%가량을 죄다 무너뜨리고 훼손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애가 활발해서 그렇다고 허허 웃다 배상 문제 나오니까 쌍욕을 하는 손님, 납품받은 삼각김밥과 샌드위치에 대해 빈약하네 부실하네 맛없네 계속 중얼중얼대다가 포장 뜯어놓고 환불 안되냐는 손님, 전시회 기간(무역전시장 내 편의점)에 사람이 붐비는 데 그 새를 틈타 빵을 절도하는 중고등학생 손님, 또 그 와중에 계산 빨리 안한다고 온갖 난리를 피우는 손님 등등...

저, 위의 경우에 속하는 손님들을 다 만나봤습니다. 하지만 제가 저 손님들에 대해 '일하다가 별별 일 다 겪어본다, 뭐 저런 손님들이 다 있냐;"정도는 혼자 투덜투덜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저 분들에게 미각수준을 운운하거나, 주변 음식점 가기에 돈 아까우니까 가공식품 먹는 주제에 별 소릴 다 한다 등의 말은 할 자격은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고 또 불만족스러운 것을 애꿎은 알바생에게 모조리 쏟아붓는 그네들의 행동에 대해 혼자 혹은 동료와 이야기하면서 기분이 나빴다거나, 속상하다거나 말을 할 정도는 됩니다.

하지만 그걸 다른 사람이나 혹은 그 본인이 볼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대놓고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특히나 그것이 그 손님의 미각을 운운하거나, 인격을 깎아내릴 소지가 있는 언행을 누구나가 볼 수 있고 또 공개된 장소에서 해서는 안됩니다.

더욱이 음식점에서는 자신이 일하는 곳의 음식이 그 손님에게는 맛이 없었다는 글을 보았다고 해서 MSG에 길들여진 가엾은 입맛의 손님같으니라고, 따위의 언행을 해서는 안되는 거 아닐까요. 먼저의 J레스토랑 사건에서 엄청난 질타를 받았던 것이 그 문제의 발언이였습니다.

손님이 어떠한 입맛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은 그 음식점을 하는 사람이나 알바생에게 폄하받을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그 손님이 그 음식에 잘 모르거나 사전 지식이 아예 없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했을지언정 그걸 가지고 알바생이 속으로 비웃을 지언정 그걸 함부로 입 밖에서 꺼내면 안되는 거죠. 자칫하다 그런 알바생 때문에 가게 이미지가 나빠지면 그곳으로서는 심각한 치명타를 받게 되는 겁니다.

6
  조금은 다른 성격의 이야기지만 어느 레스토랑의 이야기를 한 번 더 해보지요. 강남구 신사동 씨네시티 주변의 어느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었습니다. 그 레스토랑은 음식 맛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소개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갔지요.

하지만 그 곳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매니저가 성격이 괴팍합니다. 손님들이 음식을 즐기고 있는데 다른 직원들에게 화를 낸다던가, 큰 소리로 혼을 내곤 합니다. 알바생이 손님에게 실수를 하면 손님이 보는 앞에서 알바생에게 핀잔을 주어 알바생은 주눅이 든 채 손님에게 서빙을 하게 되죠. (그건 결코 손님에게 있어서 기분 좋은 서비스는 아닙니다.) 그리고 손님에게 대하는 태도 또한 이중적이기 짝이 없습니다. 그 레스토랑의 오너가 레스토랑에 있는 날에는 손님에게 매우 깍듯이 대하다가도, 오너가 없는 날에는 손님을 막 대하곤 합니다.(평가에 '사장이 없는 날에는 손님을 개코 취급한다.'라는 발언도 있더군요.)

이러한 글이 인터넷 여기저기에 퍼집니다. 거기, 맛은 좋은데 손님을 무안하게 만들고 싸X지 없는 매니저가 있어서 되게 불쾌하다더라 등등...이러한 이야기는 작은 커뮤니티부터 시작해서 대형 포털 사이트의 음식점 소개란의 평가 글에까지 올라갑니다. 그러면 맛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인터넷을 이용해 찾던 사람(잠재적인 고객)은 이러한 평가를 보고 과연 갈 생각을 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또 다른사람, 지인과 이야기하다가 그 레스토랑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매우 나쁜 평가를 보았던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 "야, 거기 맛은 있는데 거기 매니저가 싸X지가 없대."
음식 맛은 좋은데 서비스가 나쁘다고 소문이 난 음식점. 당신이라면 과연 갑니까?

이렇게 잠재적인 고객이 하나둘씩 줄어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곳은 그게 진행된 나머지, 최근에 갔던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예전과 달리 한적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 문제의 매니저가 아무래도 일조한 바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야기가 점점 많아지자 그 레스토랑의 오너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그 매니저는 그곳에서 해고되었고(사장 본인이라는 사람에 의하면 좀 쉬게 되었습니다, 더 좋은 곳 갔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지만 뭐, 아시잖습니까.), 사과의 글이 실제로 대형 포털 사이트의 음식점 평가란에 존재합니다. 알 만한 사람 다 알테니 실제 그 곳의 상호를 밝히고, 음식점 평가란의 주소를 아래에 표시합니다. 강남구 신사동 씨네시티 주변의 프렌치 레스토랑, "르 삐에"입니다. 그리고 오너의 사과글이 실제로 존재하고 문제의 매니저가 해고되었음을 댓글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네이버의 "르 삐에" 지역정보 페이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 음식점에서 만족할만한 음식을 먹은 적이 있는 바, 다시 예전의 이미지를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 http://local.naver.com/siteview.nhn?code=1188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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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은 사람들의 입소문 속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옛날에 문제 있는 음식점은 입에서 입으로, 즉 사람 대 사람의 발언으로 지속적으로 나쁜 말이 퍼져 손님이 줄고, 결국에는 문을 닫게 되는 수순을 밟기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블록, 홈페이지,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 글 하나를 올리면 그만입니다. 그 글을 불특정 다수가 보게되고, 그 음식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됩니다. 그 인식은 겉잡을 수 없이 퍼집니다. 인터넷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음식점에 대한 흉이, 짤막한 텍스트 한 페이지로  하여금 다수의 대중에게 엄청난 파급력을 지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급 레스토랑 및 이름난 음식점들도 인터넷을 종종 검색하곤 합니다. 만에하나 나쁜 글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꽤나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렇게 뭉뚱그려 이야기하지 않아도 사례가 하나 있군요. 모두들 VIPS사건 아시잖습니까. 뉴스에도 나오고 결국에는 그 업체의 대표가 사과문까지 올렸던 것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홍대의 M라멘집은 VIPS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도 아닙니다. 그리고, '르 삐에'와같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꽤 많은 검색 결과를 지닌 편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글루스 및 여타 블로그포털에서 입소문으로 그들의 음식이 인정받았고, 또 그 덕분에 손님도 늘어나서 갓 유명해지기 시작한 작은 라멘집입니다. 저도 홍대에 가게되면 종종 찾곤하는 라멘집입니다. 그들이 만드는 돈코츠에 입맛이 맞고, 또 조림반숙계란도 매우 좋아합니다. :D 그리고 이 곳의 알바생들은 자신이 그 라멘집에서 일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장인 정신으로 맛있는 라멘을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하려는 주인장에 대해 존경심 또한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의 이글루스에 가면 그 라멘집에서 우려내는 국물이나 주인장의 고집(≒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인분 또한 최근에 이글루스를 만들어서 가게에 대한 이야기나 소식을 조곤조곤 풀어내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애정을 갖고 일하는 음식점에 대해 나쁜 평가가 있을지언정, 그것을 손님을 깍아내리면서까지 반박하고 감정적으로 화를 내서는 안됩니다. 그건 과잉충성입니다. 음식점에게도 하등 좋을 것이 없는 행동입니다.

자부심을 갖고 계신 것은 좋으나 그것은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라고, 무시하라고 있는 자부심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음식점에 대한 애정으로 발전시켜나가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by 마노 | 2008/05/06 01:00 | says: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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